느린 백신접종 속도에 지친 스위스 및 인근 국가에서 백신접종 신청 증가
3월 26일 세르비아 베오그라드 근처의 크린자카 난민센터에서 한 이주민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받고 있다. /제공=AP연합 |
동유럽에 위치한 세르비아는 바이오엔테크·화이자(12%)·아스트라제네카(9%)·러시아 스푸트니크V(9%)·중국 시노팜(70%) 백신 등을 두루 공급받아 사용하고 있다. 중요한 건 세르비아에 거주하지 않는 외국인에게도 모두 무료라는 점이다.
지금까지 260만명이 최소 1회차 백신 접종을 완료했고 110만명은 2회차 접종까지 마쳤다. 이는 전 국민의 20%에 해당한다.
반면 지난해 12월부터 백신 접종을 시작한 스위스는 현재까지 전체 인구의 약 9%인 160만명만이 접종을 완료했다. 3월 초부터 접종한 한국이 한 달 만에 100만명을 기록한 것과 비교할 때 스위스 접종 속도는 더딘 편이다.
백신 접종이 시작되면서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전 일상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에 가득 찼던 스위스 국민들은 불만을 표출하고 있는 실정이다. 실내·외 5인 이상 모임 제한이 10-15인 이상으로 풀리고 지난겨울부터 시작한 봉쇄규제가 일부 완화되면서 1000명대로 줄어들었던 신규 확진자 수가 다시 2배로 증가한 탓도 있다.
때문에 스위스 사람들은 간단한 등록 절차만으로도 백신을 무료로 접종할 수 있는 세르비아로 백신 관광을 떠나고 있다. 언젠가 내 접종 차례가 오긴 하겠지만 더 이상 기다릴 순 없다는 입장이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25일부터 28일 사이 약 2만2000명에 달하는 해외 방문객이 세르비아에서 백신 접종을 받았다. 부활절 연휴가 있던 지난 주말에는 그 수가 더 늘어났다. 대부분은 스위스와 세르비아 이중국적을 가진 사람들이거나 세르비아 출신 스위스인들이었다.
세르비아 주변국 또한 상황은 마찬가지다. 보스니아·몬테네그로·알바니아·마케도니아 등 각국에서는 ‘5시간 만에 백신을 맞고 올 수 있다’는 백신 관광 프로그램이 증가하고 있다. 외국인에게 백신 접종을 개방하면서 항공편과 호텔 값을 포함해 약 250만원짜리 백신 관광을 처음 시작했던 러시아와 유사하다.
주스위스 세르비아 대사는 “외국인에 대한 무료 백신 접종은 연대의 표시”라며 “같은 지역에 위치한 인근 국가 모두가 함께 힘을 합쳐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세르비아에서 접종을 위한 신청 절차는 매우 간단하다”고 덧붙였다.
실제 정부 웹 포털 사이트에서 양식을 작성하고 3분 정도가 소요된다. 원하는 백신에 대한 선호도도 표시할 수 있다. 예약 후 3일 이내에는 신청자의 이메일로 확인 안내가 발송된다. 3일 이내 확인 메일을 받지 못하면 다시 양식을 작성해 신청하면 된다. 최종 확인 이메일을 받으면 코로나19 PCR 검사를 진행해 음성 결과를 받고 예약된 날짜에 해당 병원에 결과지를 제출하고 접종받는다. 교통비나 숙박비 외 백신 접종을 위해 드는 비용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