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가구는 월 280만원, 4인 가구는 월소득 520만원 미만일 경우 빈곤층으로 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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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연방 통계청은 빈곤층 범주에 속한 사람들 중 15만 명이 ‘워킹푸어(working poor)’라고 발표했다. ‘워킹푸어’는 근로빈곤층을 뜻한다. 말 그대로 취업을 해서 일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계층이다. 특히, 파트타임으로 일을 하거나, 자영업자, 임시계약 근로자, 중소기업 근로자들이 특히 빈곤의 영향을 크게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연금, 가족수당, 정부의 사회지원금 등을 통해 빈곤율이 절반 가량 감소한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사회 지원이 없을 경우 스위스의 빈곤율은 16.7퍼센트에 달한다. 스위스 연방 통계청이 발표한 이번 보고서는 2019년의 수치로서, 2020년에 시작된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의 영향이 반영되지 않았다. 팬데믹으로 인해 경제적 타격을 받은 인구가 늘어 향후 스위스의 빈곤율은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면, 스위스에서 기준하는 빈곤선은 무엇일까?
2019년에 정한 스위스의 빈곤선은 1인 가구 기준 한 달 평균 수입이 2279프랑 미만인 경우로 한화로 약 280만 원이다. 2명의 성인과 14세 미만 아동 2명으로 이루어진 4인 가구의 경우에는 한 달 평균 수입이 한화로 490만 원 미만일 경우 빈곤층으로 분류된다.
“월 280만 원을 받는데도 빈곤층에 속한다고?” 라고 되물을 수 있다. 하지만 스위스는 전 세계에서 생활비가 가장 비싼 나라이기도 하다. 지난 해 초, CEO World Magazine이 발표한 ‘세계에서 가장 비싼 국가’ 조사에서 스위스가 1위를 차지했다. 물가가 비싸기로 유명한 북유럽의 노르웨이는 2위에 올랐지만, 생활비, 식료품비, 외식비용 등 모든 항목에서 스위스와 20점 이상 차이가 났다. 식료품 물가와 외식비용은 덴마크와 싱가포르보다 2배가 높은 수치였다.
높은 건강 보험료 역시 부담이 되고 있다. 스위스 비영리기관 카리타스의 보고에 따르면, 지난 20년 동안 건강 보험료는 두 배 이상 증가한 반면, 급여는 같은 기간 동안 약 14% 증가에 그쳤다. 또한 대부분의 주(州)에서 급여의 15~18%를 건강보험료로 지출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2018년 스위스 연방 보건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건강보험료의 평균적인 비용이 한 달에 56만 원에 달한다.
급여의 20%에 달하는 비용을 보험료로 지불하고 방 한 칸에 100만 원이 넘는 스위스의 비싼 주거비와 식료품비, 교통비와 세금까지 지출하고 나면, 오히려 1인 가구 기준 월 280만 원의 급여 수준이 빈곤선에 속하는 것이 당연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상위 소득자와 하위 소득자의 중간에 위치한 중위소득(Median Income)은 5만 프랑으로 대략 한화 6200만 원이며, 한 달 소득 약 520만 원 정도이다.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도시 중 하나로 유명한 제네바에서는 무료 급식소가 세워지고 긴 줄이 늘어서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저소득 근로자들은 스위스의 비싼 물가를 감당하기 어려울뿐더러,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일자리를 잃는 등 큰 타격을 입었기 때문이다. 제네바의 이러한 사회경제적 격차와 빈곤 문제는 결국 지난 해 9월 국민투표를 통해 ‘시간당 3만원’ 이라는 최저임금을 도입하는 배경이 되었다. 코로나19로 인해 최악의 경제적 타격을 입은 사람들이 최저 빈곤선 이하로 떨어지지 않도록 하며 최저수준 이상의 생활은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에 다수가 동의를 한 것이다.
스위스의 빈곤율은 타 유럽국가의 빈곤율 수치에 비해 적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또한 빈곤층 중에서도 4년 이상 지속적으로 빈곤의 문제를 겪은 사람들은 인구의 0.7퍼센트 인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