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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부자는 코로나19 피해 스키장, 서민들은 앞날 걱정…양극화 심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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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덕희 밀라노 통신원

승인 : 2020. 12. 29. 16:18

알프스 스키타운
알프스 스키타운/사진=Vipiteno 시청 홈페이지 캡쳐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한 4성급 호텔에서 요리사로 일하던 일본인 아키 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정부의 봉쇄령으로 고민이 많았다. 아키 씨의 일터는 지난 3월 문을 닫았다. 처음 몇 주간은 주방 청소와 수리를 하며 버텼지만 결국 무기한 무급휴직에 들어가야만 했다. 일본으로 돌아가는 것도 고려해봤지만 상황이 열악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결국 그는 직장을 그만두고 밀라노의 한 바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근근이 생계를 꾸려 나갔다.

그러던 지난 8월 이탈리아 알프스 지역의 한 스키타운에 위치한 호텔에 다시 요리사로 취업을 했다. 현재 정부의 스키장 영업 금지령으로 아키 씨가 취업한 호텔도 개점휴업인 상황이다. 그런데도 그는 연말에 일이 너무 많아 바쁘다면서도 행복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어찌 된 일일까?

호텔의 식당에서는 고객을 받을 수 없지만, 배달 주문이 끝없이 밀려들었기 때문이다. 이 스키타운은 주민이 약 2000여 명으로 대부분 고령층이다. 게다가 스키타운 근처는 거주비용도 많이 들어 고령자들이 살지 않는다. 그렇다면 누가 주문을 한다는 말일까? 바로 밀라노 같은 대도시에서 온 부유층이다. 이들은 코로나19를 피해 스키타운의 별장에 몇 달씩 머물고 있다. 전국 대부분의 식당이 영업금지로 불황에 허덕이는 반면, 호텔의 식당은 이들 덕분에 뜻밖의 호황을 누리고 있다.

슬롯머신 기계를 생산하는 업체에서 엔지니어로 근무하던 안드레아 씨도 봉쇄령이 내린 지난 3월부터 지금까지 무기한 무급휴직 상태다. 코로나 사태가 예상보다 길어지며, 회사는 아예 폐업을 준비하고 있다. 당장 필요한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지난 봄에는 아내가 영업금지 명령을 어기고 몰래 집에서 고객들에게 피부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며 버텼다. 그러나 지금은 합법적으로 영업을 재개할 수 있지만 경제위기로 인해 예전보다 고객들이 훨씬 적다. 40대의 나이에 재취업은 거의 불가능하고, 아내의 수입마저 급감해서 안드레아 씨는 밤 잠을 이루지 못한다고 했다. 평범한 중산층으로 살던 이들 가족은 나락에 떨어질 위기에 처했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 경기침체가 이어지며 이탈리아 사회가 양극화되고 있다. 특히 지난 3월에 있었던 전국적인 봉쇄령의 영향이 컸다. 이탈리아의 사회경제연구소인 센시스(Censis)의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9월에는 58만 2485명이 국가보조금으로 연명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지난 3월보다 22.8% 증가한 수치다. 반면 2019년 기준 억만장자는 36명이었는데 올해 8월에는 40명으로, 4명이 늘었다. 이들의 총자산은 모두 1650억 달러(약 182조 원)정도다. 이들의 자산은 2020년 8월 기준으로 지난 4월과 비교했을 때 4개월만에 31%가 증가했다.

정덕희 밀라노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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