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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평일 오후 세시의 연인 ’ 박하선 “아내·엄마 아닌 ‘나’를 생각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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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진 기자

승인 : 2019. 09. 09. 00:11

채널A '평일 오후 세시의 연인'에서 손지은을 연기한 배우 박하선 인터뷰
'평일 오후 세시의 연인' 박하선 /사진=키이스트

 배우 박하선이 '오세연'을 통해 한 단계 더 성장했다. 자극적인 '불륜' 소재를 담백하게 소화해내며 진정성을 담아내는데 성공, 배우로서의 입지를 다시 한 번 다졌다.


최근 강남구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채널A 드라마 '평일 오후 세시의 연인'(극본 유소정, 연출 김정민, 이하 오세연)을 마친 박하선을 만났다. 방송이 끝났음에도 여전히 손지은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는 박하선은 "감독님과 작가님께 '나만 이렇게 아프냐'고 연락을 했더니 다들 아프다고 하더라. 참 특별한 작품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촬영은 일찌감치 마쳤는데 방송이 안 끝나서 여운이 남나 했어요. 방송이 끝나고 여전히 똑같더라고요. 작가님에게 '도대체 뭘 쓰셨기에 내레이션과 대사가 잊혀지지 않냐'고 따지기도 했어요(웃음). 작품의 슬로건처럼 '서서히 깊숙이 스며든' 작품이 된 것 같아요."


'오세연'은 금기된 사랑으로 인해 혹독한 홍역을 겪는 어른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손지은(박하선)은 자신에게 무심한 남편 진창국(정상훈)을 두고 운명처럼 만난 윤정우(이상엽)과 사랑에 빠진다. 불륜을 즐기는 최수아(예지원)를 경멸하면서도 어느덧 자신도 그처럼 사랑에 빠진 것에 대해 자책한다. '오세연'은 0.9%(닐슨코리아·전국 유료가구 기준·이하 동일)로 시작해 2%의 시청률을 넘기며 시청자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

"0%대의 시청률로 시작했지만 마니아층이 튼튼했던 것 같아요. 시청자와 호흡이 유독 깊었던 드라마에요. 저에게 좋은 이야기를 해주신 분들도 많았어요. 힘들어도 그분들 덕분에 버텼고 힘을 많이 받았죠."



결혼 후 출산을 하고 오랜만에 작품에 임했던 박하선에게 '불륜'을 소재로 한 '오세연'은 부담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러나 "대본이 너무 좋았다"며 당시를 회상한 박하선은 "결국 이야기를 읽다보면 사람 사는 이야기더라"라고 강조했다.


"원작인 일본 드라마도 호불호가 굉장히 갈렸고 '불륜'이라는 소재를 내세우지만 결국 사람 사는 이야기를 하는 드라마더라고요. 우리는 100세 시대를 살고 있고 인연을 맺은 배우자와 오랫동안 살아야 하잖아요. 결혼과 사랑은 한 번쯤 생각해볼 문제이고, 또 요즘 비혼시대라고도 하니 적절한 타이밍에 나온 작품 같아요. 아무리 사랑하는 사람이라 해도 함부로 대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고 그걸 표현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더욱 책임감이 컸고요. 불편한 소재이지만, 그래도 한 번 쯤은 넘겨짚고 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했어요."


특히 박하선은 '오세연'을 두고 '인생작'이 아닌 '평생작'이라고 표현할 만큼 남다른 애정을 갖고 있기도 했다.


"제가 한 드라마 중 가장 예쁘게 나온 작품 같아요(웃음). 촬영 감독님, 조명 감독님들이 너무나 신경을 많이 써주셨어요. '유혹'이나 '혼술남녀' 때도 호흡을 맞췄던 분들이라 저를 잘 알아요. 제가 드라마 특성상 거의 화장을 하지 않고 있었는데, 그럼에도 가장 빛나게 찍어주셨어요. 그래서 나중에 되돌아봤을 때 기억에 남을 '평생작'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죠."


불륜이 소재이지만 실제 촬영장은 가정적인 스태프들이 함께 했고 작가와 감독 역시 굉장히 사랑꾼이었다고 전한 박하선은 "그래서 더욱 예민한 부분을 신경 써서 촬영했다"고 밝혔다.


"이상엽 씨는 이번 드라마를 끝내고 결혼관이 달라졌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이미 결혼을 했지만 한 번 되돌아보게 된 것 같아요. 저와 류수영 씨는 부부이기도 하지만 이젠 엄마 아빠로 살고 있어요. 작품을 끝내고 나니 류수영 씨가 꽃도 주더라고요. 뭔가 불안해해요(웃음)."


박하선은 이번 작품을 통해서 한 번 더 '배우 박하선'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작품을 하지 않고 쉬는 동안 일에 대한 소중함을 느꼈고, 누군가의 아내나 엄마가 아닌 오롯이 '박하선'으로 살아가는 것에 대해서도 많은 것을 느꼈다고 한다.


"손지은의 대사 중 '나는 이제 누구의 아내, 연인 며느리가 아닌 나로 삽니다'라는 말이 있어요. 그 대사가 많은 기혼 여성들을 대변하는 것 같았죠. 육아 서적을 읽던 중에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가 행복하다'는 말을 봤는데, 저 역시 '내가 행복해야 우리 가족이 행복하다'고 생각해요. 물론 저에게 1순위는 가족이지만, 그럼에도 일이 너무나 좋아요. 그래서 남편 류수영 씨와도 '서로 주저하지 말자'고 말했어요. 마음껏 일하고 하고 싶은 것을 하자고요.  사실 유부녀가 핸디캡은 아닌데 왜 편견이 생기는 건지 이해하기 어려워요. 남편이나 가족에 대해 언급하면 할수록 캐스팅이 어려워지는 부분도 없지 않죠. 그래도 많이 열려가고 있는 것 같아요. 최근에는 30대 여성 캐릭터도 많아졌고 기혼 여성 배우들의 활동도 많아지고 있으니까요."



2005년 드라마 '사랑은 기적이 필요해'로 데뷔해 '왕과 나' '강적들' '동이'를 거쳐 2011년 시트콤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으로 스타덤에 오른 박하선은 여전히 단아하고 조용한 이미지로 대중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배우다. 


"저에게 있는 이미지가 예전엔 갑갑했는데 지금은 너무나 감사한 것 같아요. 사실 저는 굉장히 털털하고 솔직한 편이에요. 그런 모습이 방송에서 몇 번 보여지다 보니 이제는 예전보단 다양한 작품이 들어오는 편이에요."


차기작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이젠 '불륜'이 아닌 '멜로'가 해보고 싶다며 웃어 보인 박하선. 5년 동안 결혼과 육아에 집중한 만큼 이제는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펼치고 싶다고 했다.


"이젠 공백기 없이 일을 이어가고 싶어요. 5년간의 기간 동안 이것저것 해봤는데 그래도 배우가 제일 재밌더라고요. 못된 연기도 해보고 싶어요. 정말 자신 있어요(웃음). 악역이나 걸크러시 역할도 도전하고 싶고, 뻥 뚫리는 시원한 역할을 가장 하고 싶어요."

김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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