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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아라비아 문화정보부는 11일(현지시간) 성명을 발표하고 내년 3월부터 영화관 개관을 허용한다고 밝혔다고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 등이 전했다.
사우디는 1979년 이란 이슬람 혁명의 영향을 받아 엄격하고 보수적인 이슬람 원리주의인 와하비즘(Wahhabism)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다. 이런 극단적인 종교 분위기로 1980년대 초반에 폐관됐던 영화관이 약 35년 만에 다시 개관하는 것이다.
사우디는 2030년까지 약 300개의 영화관을 세울 계획이며, 이를 통해 240억 달러(26조 1456억 원)를 창출할 것으로 보인다.
사우디의 이러한 사회 개혁은 모하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추진 중인 비전 2030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이 프로젝트는 2030년까지 약3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사회·경제를 개혁해 사우디를 ‘온건한 이슬람’ 국가로 바꾸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온건한 이슬람’은 1979년 이란혁명 이전의 사우디를 의미한다. 빈 살만 왕세자는 지난 10월 24일 영국 가디언과의 인터뷰를 통해 “지난 30년간 일어난 일들은 사우디아라비아가 아니였다. 1979년 이란혁명에 영향을 받은 중동 국가들은 이란을 따라하고 싶었으나 어찌할 바를 몰랐다. 사우디도 그중 하나였고, 우리 역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몰랐다”면서 “이제는 바로잡아야 할 때이다”라며 이슬람 강경주의를 없애고 사우디를 온건한 이슬람국가로 돌려 놓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영화관 개관 허용은 비전 2030 프로젝트가 제시하는 프로그램의 일부인 ‘데임(Daem)’에 속한다. 비전 2030 홈페이지에 따르면 데임이라는 단어는 ‘시민을 위한 의미 있는 여가활동’을 의미하며, 국가적인 차원에서 시민들이 높은 질과 문화적 여가를 보장하겠다는 포부를 담은 프로그램이다.
지난 10월 말 발표된 경기장 이용에 대한 성명도 데임 프로그램의 일환이다. 당시 성명은 내년 초부터 리야드, 제다, 담만등 주요도시에 위치한 세 곳의 경기장에서 가족을 수용할 것이라는 내용을 담았다. 기존에 남성만 이용할 수 있었던 시설인 경기장에 가족석을 만들어 여성도 경기장에 출입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CNN 등 외신은 사우디가 9월 여성운전을 허용한 것에 이어 여성의 사회권을 보장하기 시작했다며 주목하기도 했다.
한편, 아랍권 위성방송 알자지라는 12일 사우디가 영화관 개관을 허용한다는 결정이 발표되자 트위터등의 SNS에서 #사우디영화제목(#SaudiMovieTitles)이라는 태그를 단 게시물들이 올라오기도 했다고 전했다. 게시물을 통해 시민들은 외국 영화의 제목을 사우디 방식으로 웃기게 해석해 올리며 이번 결정에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였다.
다만 사우디의 배우이자 제작자인 히샴 파지흐(Hisham Fageeh)씨는 WP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번 사우디의 결정에 의해 외국영화들이 물밀듯이 들어와 자국 제작자들이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으니, 정부의 많은 지원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