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KFX 집중분석⑤] “KFX 사업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biz.asiatoday.co.kr/kn/view.php?key=20140615010008448

글자크기

닫기

김종원 기자

승인 : 2014. 06. 16. 05:04

신보현 건국대 무기체계연구소장, 쌍발엔진·레이더 국내개발·시장성 충분·타당성 검증·안보논리 '국익이 우선'
신보현 소장4
신보현 건국대 무기체계연구소장은 15일 아시아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공군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한국형전투기(KFX) 사업을 더 이상 지체하면 안 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신 소장은 “노후 전투기 도태로 2010년 중반 이후에는 우리 군의 핵심전력인 공군의 전투기가 300대 이하로 줄어 든다”면서 공군 전력 공백을 우려했다. / 홍정원 기자

“한국형 전투기(KFX) 사업이 더 이상 늦어지면 안 된다. 노후 전투기 도태로 2010년 중반 이후에는 우리 군의 핵심전력인 공군의 전투기가 300대 이하로 줄어 든다.”

신보현 건국대 무기체계연구소장(63·교수)은 15일 아시아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공군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KFX 사업을 더 이상 지체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현재 KFX 사업은 당장 사업을 추진해도 늦은 상황에서 방위사업청이 쌍발·단발 엔진수를 결정하기 위해 이달 말까지 설문조사를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초대형 KFX 국책사업의 가장 핵심적인 사항 중에 하나인 엔진수 결정을 설문조사를 통해 결정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이다. 전문가 선정의 공신력과 함께 조사 자체가 제대로 될지도 의문이다.

또 전문가들은 지난번 ‘사업 타당성 미흡’이라는 결론을 낸 한국국방연구원(KIDA)에 또다시 KFX 비용분석 검증을 맡긴 것은 “정해진 수순대로 가기 위한 요식 행위 밖에 되지 않는다”고 비판하고 있다.

특히 KFX 사업이 제대로 가기 위해서는 근본적이고 대대적인 수술을 통해 사업단을 만들어 단장이 책임을 지고 끌고 가야지 지금처럼 서로 책임을 지지 않고 전문성도 없는 사람들이 국내외 특정업체에 계속 끌려다니게 되면 천문학적인 예산만 쓰고 우리 주도로 사업을 절대로 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지금처럼 우리 돈으로 우리 전투기를 만들면서 국내외 특정업체의 기술과 투자에만 매달리는 형국이 되면 차라리 사업을 안하는 것이 낫다는 말까지 나온다. 차세대 전투기(FX) 사업과 KFX 사업이 절충교육 기술이전 문제 때문에 서로 연동되면서 두 사업 모두 제대로 가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FX와 KFX 사업 자체를 분리시켜야 한다는 의견이다.

전투기용 능동위상배열(AESA) 레이더를 비롯한 핵심 소프트웨어도 국내 개발을 해야 성능 개량과 국산 무장 장착이 가능해져 한국형전투기 사업으로서 의미가 있다는 목소리도 높다. 핵심 기술과 장비에 대한 국산화율이 최소한 65%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신 소장을 만나 대형 국책사업을 담당했던 경험과 함께 학자적 양심을 걸고 국가의 대승적인 차원에서 초기 개발비와 향후 생산·운용·유지비까지 30조원에 육박하는 KFX 사업에 대한 허심탄회한 조언을 들어봤다. 지지부진하기만 한 KFX 사업에 대한 해법을 자세히 물어봤다.

-공군 전력 공백을 막기 위해 KFX 사업을 더 이상 늦춰서는 안 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늦어도 한참 늦었다. 공군력 유지를 위한 한 측면만 봐도 더 이상 지체하면 안 된다. 주요 쟁점에 대한 소모적인 논쟁을 끝내야 한다. 2009년에 이미 95%가 넘는 군사마니아와 전문가들이 한국형전투기를 빨리 해야 한다는 투표까지 했다. 현장 엔지니어들이 참여해야 하는데 경제 논리나 따지면서 탁상공론을 하는 반대들이 많다. 국익이 달려 있는 사업에서는 한 개인의 사익보다 국익이 우선돼야 한다. 한국형 전투기 개발은 한국 국민의 오랜 염원이다. 누구도 막을 수 없다. 여러 가지 이유로 기우뚱거리고 있지만 결국은 갈 것이다. 다만 실기를 할 때에는 그만큼의 비용이 추가로 든다. 손실을 메울 필요가 있는데 그것이 안타깝다.”

-만일 하반기나 연말에 체계개발에 들어간다면 KFX 사업이 얼마나 걸린다고 보나?

“초기작전성능(IOC) 관점에서 보면 8년 정도면 충분히 개발할 수 있다고 본다.”

-쌍발·단발 엔진수 논란이 첨예한데?

“지금 싱글엔진에 적합한 엔진이 있는지 묻고 싶다. 싱글엔진이 최적이라면 반대를 하지 않겠는데 거기에 적합한 대상 엔진이 없다. 대상 엔진도 없으면서 싱글엔진 적합성 검사를 했다는 것이 참으로 말이 안 된다. 싱글 엔진을 주장하고 있는 측은 고려 엔진이 F100 아니면 F110 계열의 엔진이다. 1970년대나 1980년대 초에 개발된 것이다. 지금 우리가 4·5세대 한국형전투기를 개발한다면서 2050년 이후까지 쓸 항공기에 다는 엔진을 1970·80년대에 개발된 3세대 엔진을 쓴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F22나 F35에 장착된 최신 엔진들을 미국에서 라이센스를 한다면 찬성이다. 하지만 1970·80년대에 설계 개발된 엔진을 장착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그러면 한국형전투기를 하는 의미가 없다.”

-전투기 핵심인 레이더 문제는?

“레이더는 벌써 우리 방산업체에서 외국과 기술협력개발을 2~3년 전에 체결하고 개발하고 있다. 풀(모든) 전력화 단계에서는 장착할 수 있도록 원하는 일정에 맞춰 준다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한국형전투기 주계약 대상업체들이 불신하고 있다. 같은 업체나 엔지니어끼리 한국형전투기도 처음 만들면서 상대방 업체를 못 믿겠다는 것은 책임회피에 불과하다. 오히려 레이더는 국내 개발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생각한다. 내가 똑똑하면 상대방도 똑똑한 것을 인정해야 한다. 게다가 레이더 국내 개발은 2~3년 전에 먼저 시작됐다. 한국형 전투기를 만들면서 레이더를 국내 개발하지 못한다면 국민들이 납득하겠는가?”

신보현 소장
신보현 건국대 무기체계연구소장은 15일 아시아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싱글엔진이 최적이라면 반대하지 않겠는데 거기에 적합한 대상 엔진이 없다”면서 “레이더는 외국업체와 기술협력을 통해 국내 개발 가능하다”고 말하고 있다. / 홍정원 기자
-안보논리와 경제논리가 입장에 따라 갈리고 있는데?

“우리나라 경제수준이 국내총생산(GDP)가 얼마나 됩니까? 지금 1~2조원 예산 때문에 늦어지고 있는데 국격과 자존심에 관한 문제다. 우리가 1~2조원을 따지는데 공군은 임무 조종사들의 생사와 관련이 있는 문제다. 국가 경제적으로 1~2조원도 중요하다. 하지만 안보보다 중요한 그 이상의 가치는 없다. 마키아벨리까지도 국가 안보보다 더 이상의 가치는 없다고 했다. 대한민국 존재 가치를 논하는 일에 1~2조원을 갖고 따진다는 말인가? 지금이 나라가 가난했던 1960·70년대인가? 평생 군과 국가를 위해 헌신해 온 사람으로서 이게 억지가 아니다. 국민 모두 공감할 것이다.”

-KFX 시장성은 충분한가?

“너무나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고등훈련기 T-50을 개발할 때도 어떤 나라가 살 것이라고 시장성이 있다고 주장했는가? 한 나라도 사지 않을 것이라고 했는데 지금은 여기 저기서 산다고 인기가 높다. 명품이니까 산다. KFX도 명품으로 비용을 저렴하게 만들면 시장은 염려할 필요가 없다. 공군 소요만 봐도 120대다. 후속 KF-16이나 후속 기종만 고려해도 우리 공군만 300대가 넘는다. 지금 인도네시아도 50대를 사겠다고 하는데 방위개념이 중요해지면서 250대 이상의 소요가 필요하다는 것을 직접 들었다. 인도네시아 300대만 넘어도 시장성이 분명 있다.”

-지난달 방위사업청이 또다시 KFX 사업 관련 타당성 검증을 맡겼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KFX 사업 탐색개발을 한 근거는 2010년 1월 항공우주개발정책 심의위원회에서 심의 의결된 결과에 따라 탐색개발을 시작했다. 이 위원회는 부총리급이 위원장이며 장관급이 참석하는 회의체다. 거기서 탐색개발을 시작했기 때문에 조직 원칙상 그 탐색개발에서 통과가 됐다. 여기서 적합판정을 하면 다음 과정인 체계개발로 진입하게 돼 있다. 이번에 적합판정이 나와서 방사청이 확인했다. 따라서 체계개발로 진입을 해야 한다. 원칙상으로는 다시 타당성 조사를 안 해도 된다. 이미 나온 결과를 갖고 계속 하위 훈령에 따라서 타당성 조사를 하고 있다. 정책결정을 하면 그 책임을 뒤집어 써야 하는데 누가 추진할 관료가 있겠는가? 핵심 길목 길목에 분명한 책임감과 소명의식을 가진 사람이 있었다면 이렇게까지 책임전가식의 사업추진은 되지 않았을 것이다.”

-KFX 사업과 관련해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역할도 막중할 것으로 보이는데?

“한국형전투기 사업은 모든 사람들이 진력을 다 해도 명품을 만들까 말까인데 서로 극단적 폄훼나 비하는 안 된다. 한국은 방산업체가 투자에 소극적이라는 인식 때문에 방위산업 특성에 대한 배려보다는 일반 산업의 매칭 펀드(Matching Fund) 개념을 적용해 국방 연구개발 사업에 업체투자 우선제도를 도입 운영하고 있다. 투자 회수나 보상에 대한 규정이나 방법이 돼 있지 않아 방산업체 입장에서는 적정 수준의 보상에 대한 확신이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 누가 투자를 하고자 하냐? KAI는 ‘내가 자본까지 들여 개발하는데 언제까지 개발 안하면 약속을 못 지킨데 대해 벌금까지 내야 한다’고 하는데 누가 거기서 국산화를 우선 생각하겠는가? KAI에 제대로 하라고 그러려면 투자에 대한 금융비용에 대한 확실한 보장을 주고, 인센티브를 주고, 부가세 면제라든지, 계약방법도 업체에 유리한 계약방법을 선택하도록 하고, 하청업체 결정권한도 공식적으로 줘야 한다. 업체는 망하도록 압력을 넣어 놓고 희생만 강요해 놓고 거기에 대해 안 한다고 비판하면 되나? 국산화를 한다면 좋다. 책임을 분담해야 한다. 미국에서 기술이전을 해서 개발운영성이 있는 것들은 정부에서 관급으로 하면 된다. 개발이 지연돼도 그것은 주계약업체 책임이 안 된다. 금융비용 보상도 해줘야 한다. 법으로 명시해서 우리가 모두 식구로 뭉쳐서 가야 한다. 이게 사업추진전략이다. KFX 사업이 잘 될 수 있도록 이제는 한 발씩 양보해서 서로 제대로 대승적 차원에서 가야 한다.”

-소요군인 공군과 정책결정을 해야 하는 국방부,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방위사업청의 입장이 제각기 다른데?

“개인적으로는 소요군인 공군이 분명한 의견을 내야 한다. 소요군이 쓸 무기이기 때문에 앞장서서 자기들의 목소리를 내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국방부는 현재 구조적으로 방사청이 사업추진의 모든 권한을 갖고 있기 때문에 뭐라고 할 수 없다. 초대형 국책사업을 해 본 개인적인 경험으로 봤을 때는 방사청이 규정 절차보다는 사업 책임자의 소명의식이 앞장서야 한다. 하지만 지금은 소명의식을 갖기에는 구조적 한계가 많다. 일선 직원들은 뛰어나지만 윗선의 의사결정체계 자체는 소명의식을 가질 수 없는 체계다. 공정성·투명성·전문성을 너무 강조하다보니까 그 이상의 소명의식과 책임감 같은 가치가 조금 떨어질 수밖에 없다.”
김종원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

댓글 작성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