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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 대신 자국통화 결제, CBDC 도입”…대러 서방제재가 무력해지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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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현 블라디보스토크 통신원

승인 : 2024. 09. 10. 14:10

러 "브릭스 회원국들과 서로 자국통화 결제 비율 65%"
"각국 법정화폐를 디지털화한 뒤 거래…SWIFT 우회"
RAIFFEISEN INTL-RUSSIA/
지난해 10월 공개된 러시아 루블화 지폐 새 디자인. /로이터, 연합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우크라이나 전쟁 책임을 물어 러시아 법인들과의 금융거래와 송금을 제한하는 경제제재를 가하자, 러시아는 달러 대신 교역 상대국과 자국통화로 무역 결제를 독려하고 있다.

러시아는 자국통화 결제와 함께 중앙은행디지털화폐(CBDC)를 도입해 외국 은행과 러시아 은행간 거래의 어려움을 해결하고자 교역국가들과 관련 정책 협력을 꾀하고 있다.

막심 바라노프 러시아 외무부 아시아 2국장 대리는 9일(현지시간) 열린 발다이(Valdai) 클럽 토론회에서 "러시아와 이란은 양국간 무역에서 자국 통화를 적극 사용하며, 이미 양국 무역에서 자국 통화가 차지하는 비율이 70%를 넘어섰다"며 이 같이 말했다.

바라노프 국장 대리는 무역에서 달러 대신 자국통화를 이용하는 비율이 증가하는 것은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이 자국 이익을 위해 다른 여러 국가들에게 일방적인 경제 제재를 가해왔기 때문이며, 제재 피해를 받은 나라들은 공동대응을 위한 규제 프레임워크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러시아와 이란 외무장관이 지난 2023년 12월 5일 일방적 제재에 대응·완화·시정하는 수단과 방법에 합의한 것을 같은 처지의 지구촌 다른 나라들에도 적용하자고 제안했다. 또 러시아는 실제 반미 성향의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이 재집권한 베네수엘라, 동아시아의 오랜 반미국가 북한 등과 양자간 같은 합의를 도출했으며, 앞으로 양자를 넘어 다자간 제재 반대 협력의 길을 열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를 봉쇄하고 약화시키는 정책이 서방의 장기 전략이며, 이러한 제한이 전체 세계 경제에 영향을 미쳤다"고 수차례 말했다.

특히 그는 지난 5일 블라디보스토크서 열린 동방경제포럼(EEF) 연설에서 "러시아와 브릭스 국가들이 각자의 통화를 사용하는 비율이 65%에 이르며, 이는 자연스런 과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러시아는 달러로 금융 거래를 하는 것을 결코 거부하지 않았지만, 그 옵션이 거부되자 무역 거래에서 다른 통화를 사용해야 했다"며 미국이 자초한 일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서방의 대러 제재는 국제은행간결제시스템(SWIFT)을 통해 러시아 법인 및 개인들이 해외 거래 상대방과 거래할 때 제재대상임을 확인토록 한다. 만일 이를 확인한 뒤에도 송금이 이뤄지면 추후 미국의 2차 제재(secondary boycott)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은행들은 SWIFT 규칙을 따른다.

알렉세이 에르코프 튀르키예 주재 러시아 대사는 이날 스푸트니크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압력을 받은 튀르키예 은행들이 러시아와 튀르크예 법인들의 양국 송금을 차단하고 계좌를 폐쇄하는 한편 러시아로의 상품 운송에 관련된 회사에 압박을 가하는 사례가 빈번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 금융전문가들은 많은 국가들이 이런 미국의 압력을 회피해 '달러 안쓰기 운동'에 동참하고 있지만, 자국 법정통화를 디지털화폐로 만들어 교역해 SWIFT를 무력화시키는 게 궁극적인 방법이라고 본다. 러시아 시중은행 VTB의 안드레이 코스틴 행장은 "러시아와 튀르키예가 각자 CBDC를 만들어 양국간 결제에 적용하면 은행 제재의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정부가 대주주인 VTB는 상위 2위의 시중은행이며, 미국은 지난 2월 하순 러시아에 대한 미국 제재 위반 혐의로 코스틴 행장을 기소한 바 있다.

한편 러시아는 유엔(UN) 규약에 따라 지난 1976년 설립된 정부간 조직 '국제선진시스템연구소(IRIAS)' 주도로 탈중앙 분산방식의 신개념 국제통화 '유닛(UNIT)'을 본격 개발하고 있다. 러시아는 유닛이 국가간 공정한 무역과 투자의 수단임을 강조하면서도 달러에 대항하기 위해 만들어지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러시아는 유로화가 EU의 공통화폐가 된 것처럼, 유닛이 브릭스의 공용화폐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이상현 블라디보스토크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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