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박하지만 품위 있는 작가의 인품, 작업에 고스란히 드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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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에 들어서면 작가가 2000년대에 제작한 대형 작품들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은은한 베이지색의 린넨 바탕에, 언뜻 보면 블랙 같은 오묘한 색상이 세련된 조화를 이룬 작품들이다. 단순한 사각 기둥 형태의 나열 같기도 하지만 그 절묘한 비율과 품격 있는 정제된 형태에서 미학의 절정이 느껴진다.
윤 화백은 하늘을 상징하는 청색과 땅을 상징하는 다색을 섞어 천 혹은 한지 위에 스며들고 번지게 하는 작업으로 유명하다. 박경미 PKM갤러리 대표는 그의 작품에 관해 "굉장히 세련된 현대미술인 동시에 모든 것을 다 벗어던진 욕심 없는 작품세계"라며 "작가 본인이 삶 속에서 체험하며 쌓인 단단함이 자연스럽게 녹아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박 대표는 "윤 화백은 생사를 넘나드는 고초를 겪다 보니 삶과 죽음의 경계가 무의미한다고 생각했고 가족에 대한 사랑이 극진했다"면서 "전통 선비미학에서 봤을 때 추사 김정희의 영향을 많이 받았고 서구미술 시각에서 봤을 때는 추상적이면서 미니멀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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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반 파리에 머무는 동안 그는 캔버스 작업을 하지 않고 한지 작업에만 몰두했다. 이렇게 시작됐던 파리와의 인연은 2002년 또다시 이어졌다. 윤 화백은 한국을 방문했던 화상 장 브롤리가 제공한 파리 레지던시에 3개월간 머물면서 대형 회화들을 그렸고 이 작품들은 같은 해 가을 장 브롤리 갤러리에서 전시됐다.
이번 전시는 윤 화백의 생에 두 번에 걸친 파리 시기와 그 전후에 주목했다. 1980년대 파리 체류 당시에 몰두한 한지 작업, 2002년 장 브롤리 갤러리에서 열린 개인전에 출품한 작품들, 그 전후 시기의 회화 등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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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 2층으로 올라가면 윤 화백이 파리에서 가족과 찍은 사진, 지인에게 보낸 엽서, 파리에서 사용한 드로잉북 등 각종 자료도 만나볼 수 있다. 또한 2002년 장 브롤리 갤러리에서 전시 당시 제작된 영상을 통해 윤 화백의 생전 모습도 접할 수 있다. 영상 속에서 윤 화백은 이렇게 말한다. "품격 있는 사람이 점 하나 찍는 것과 품격 없는 사람이 하는 것은 천지 차이입니다. 작품에는 그 사람의 품위가 나타납니다."
전시는 6월 29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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