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딩·취재 등으로 완성한 관계 코미디의 새로운 리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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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윗집 사람들'로 감독으로 돌아온 하정우는 이번 작업의 핵심을 이렇게 설명했다. 유머의 결을 처음부터 다시 점검하며 "어디서 공감이 끊겼는지 어떤 지점에서 웃음이 미끄러졌는지"를 되짚은 과정이 출발점이었다고 말했다.
최근 개봉한 '윗집 사람들'은 밤마다 들려오는 섹다른 층간소음을 계기로 윗집 부부와 아랫집 부부가 한자리에 모이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스페인 원작 '센티멘탈'을 가져왔지만 그는 이를 여성 시점으로 전환하고 19금 설정과 관계 드라마를 결합해 자기식 코미디로 재구성했다. 원작을 처음 봤을 때 여운이 컸고, 이건 공효진이 해야 한다는 생각이 바로 떠올랐다.
앞서 '로비' '허삼관' '롤러코스터'를 연출하며 코미디와 드라마를 오갔지만 흥행과 평단 모두 기대만큼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특히 유머에 대해선 "과하다"는 반응이 따라붙었다. 리딩과 구조 조정은 이러한 약점을 다시 잡기 위한 시도였다.
가장 먼저 손본 것은 대사였다. 리딩 전담 배우를 따로 두고 주 5회, 매일 오전 8시에 대본을 읽고 고치는 과정을 반복했다. 네 명과 리딩한 뒤 다시 주연 배우들과 같은 작업을 되풀이했다. 곽범·이창호 등 코미디언의 감수를 받고 10대가 실제로 쓰는 표현 수백 개를 조사해 말맛을 조정했다.
그 과정에서 의외의 웃음 포인트로 살아난 것이 '피카츄'였다. 뜬금없이 등장한 이 단어는 곳곳에서 작지만 강한 효과를 냈고 엔딩크레딧 감독명 자리에도 잠시 등장한다. 공효진과 이하늬가 처음에는 "유치하다"고 했을 정도였지만 블라인드 시사에서 반응이 뜨거웠다. "편집실에서는 다 자르자고 했지만 내가 살리자고 했어요. 부산국제영화제에서만 시험 삼아 넣어보자고 했는데 역시나 웃음이 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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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적 조정도 전작의 피드백을 반영했다. 그는 "늘 대사가 안 들린다는 말을 들었다"며 이번엔 자막을 적극 활용하기로 했고, 수위도 과감하게 밀어붙였다.
하정우는 연출과 연기를 병행하는 과정에 대한 생각도 털어놨다 ."감독으로서 배우 하정우를 더 차갑게 다뤄보려 해도 답이 잘 안 나오고, 배우로서 캐릭터를 고민해도 그게 맞는 선택인지 확신하기 힘들어요.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될지 모르지만 지금은 연출자 하정우가 배우 하정우를 어떻게 다뤄야 할지 여전히 잘 모르겠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