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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 돌린 의사들에 분노…“환자 목숨두고 밥그릇 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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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소영 기자 | 박주연 기자 | 김서윤 기자

승인 : 2024. 02. 20.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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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접수처가 병원을 방문한 환자들로 북적이고 있다. 이날부터 '빅5' 병원을 비롯한 전국 수련병원에서 전공의들이 이탈 병원 진료에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다. /박주연 기자
"의사는 국민을 이길 수 없습니다."

병원을 떠난 의사들에 대한 환자들의 분노가 절정에 달하고 있다. 20일 병원을 찾았다가 수술 연기를 통보받은 환자들은 큰 한숨을 내쉰 채 발길을 돌렸고, 일부 환자들은 '환자 목숨으로 장난치냐' 등의 분노를 여과 없이 드러냈다.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을 방문한 환자들은 진료를 받지는 못할까 노심초사했다. 대기시간이 길어지면서 잠들거나 휴대폰을 보며 시간을 보냈다. 오전 10시께 보호자와 통화하던 한 환자는 "간호사가 오후 2시에 다시 오라는데 그때까지 뭐 하면서 기다리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서울대병원 암센터에서 대기하던 김영춘씨(73·경기 성남)는 혹시나 치료를 받지 못할까 전전긍긍했다. 김씨는 1999년 간암 수술을 한 뒤 25년간 이 병원을 다니고 있다. 김씨는 "뉴스에서 의료 파업 때문에 수술을 받지 못하는 환자가 많다고 들었다. 내가 만약 그 당사자였다면 답답하고 힘들었을 것 같다"며 "몸도 다 힘든 환자들일텐데 의사들 파업이 장기화될까 걱정이다. 의사들 밥그릇 싸움에 우리만 매일을 불안해야 하는 게 속상하다"고 안타까워했다.
경북 안동에서 이날 병원을 찾은 김종학씨(84)도 "간암 수술 후 사후 관리를 받기 위해 경북 안동에서 새벽 4시에 출발해 KTX타고 서울대 병원에 왔다. 다시 돌아가는 기차표를 오후 3시로 예매했는데, 평소보다 대기가 길어져 다음 차를 타야 할 것 같다"고 걱정했다. 그러면서 그는 "윤석열 대통령이 이야기 한 것처럼 '의사들은 국민을 이길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은 이날 안과 진료가 취소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세브란스병원 안과는 '전공의 진료 중단 여파로 외래진료가 불가하다'는 안내문자를 진료 예약 환자 등에게 발송했다. 세브란스병원 안과 측은 "수도권 상급종합병원 전공의 사직으로 일반 진료 진행이 어려워 예약된 일정에 진료가 가능하지 않다"며 "현재 내원 시에도 진료가 불가하므로, 병원 정상 운영 시 재예약 요청 부탁드린다"고 문자를 보냈다.

병원 관계자는 "사전 검사나 예진이 필요한 진료에 대해서는 외래가 취소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안과의 경우 전공의 예진이 선행되는 경우가 많은데, 전공의가 의료현장을 이탈하면서 외래진료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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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 병원 체혈실 앞에 체혈을 대기하는 환자와 보호자들이 몰려있다. /김서윤 기자
시민단체들은 의료현장을 떠난 전공의들에 대해 조속한 복귀를 촉구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전공의들의 집단 진료중단 행위를 '담합'으로 보고 공정거래위원회에 고발할 방침이다. 경실련은 "사업자 지위를 가진 면허 소지자들이 집단행동을 할 경우 담합행위로 처벌할 수 있다"며 "전공의들이 정부의 업무복귀명령을 따르지 않으면 공정위에 고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은경 경실련 사회정책팀장은 "(전공의 파업은) 불법 진료 거부고, 위법행위다. 환자 생명을 볼모로 자신들에게 이익이 되는 정책들을 관철시키기 위한 방식으로 활용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더 이상 이런 행태는 없어야 되고 (전공의들이) 빨리 의료 현장으로 복귀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대노총과 참여연대 등 35개 단체가 참여한 '의료민영화 저지와 무상의료 실현을 위한 운동본부'도 "의협의 집단 진료 중단은 아무런 정당성이 없다"고 꼬집었다. 이 단체는 "의사가 부족한 현실을 외면한 채 경쟁자 수를 줄이고 더 많은 이익을 얻기 위한 반대라면 누구의 지지도 얻지 못한 채 환자들에게 피해만 주는 일이 될 것"이라며 "2000년 당시에도 집단 진료거부로 수차례의 수가 대폭 인상을 얻어내 건강보험 재정을 거덜내는 바람에, 보험료 인상의 대가를 치른 것은 노동자·서민들이었다"고 질타했다.

김성주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 대표는 "아무 죄 없는 국민들과 환자들을 내팽개치고 두 기관(정부와 의협)의 이해관계에 따라 각자의 의견을 관철시키기 위해 의료파업까지 가게 만든 것이야 말로 살인 행위"라며 "중증환자가 수술을 받지 못하는 상황 뿐 아니라 일반 진료를 받는 환자들까지 연쇄적으로 치료받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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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전 서울 강남구 서울삼성병원 암병동센터 2층에서 간호사들이 엘레베이터를 타는 환자를 돕고 있다. /설소영 기자
한편 의료계 전공의 파업이 전국으로 확산되면서 지난해 7월 부산대병원 교수협의회가 붙였던 '부산대학교병원 동료분들께'라는 제목의 대자보가 재조명 받고있다. 당시 부산대병원 노조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내세우며 전국 병원 중 최대 규모로 파업을 벌일 때 부산대병원 교수협의회는 병원 내 곳곳에 이 대자보를 붙이고 간호사의 복귀를 종용했다.

대자보는 "수많은 환자분이 수술, 시술 및 항암치료 등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기다리고 계신다"며 "부산대학교병원은 동남권 환자들의 최후의 보루로 선천성 기형, 암, 희소 질환 등 어려운 질병으로 고통받으시는 분들의 희망이다. 하루속히 자신의 자리로 돌아와 진료와 치료를 간절하게 기다리시는 환자분들을 위해 최선을 다해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했다.
설소영 기자
박주연 기자
김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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